피터 김 회장이 ‘우군’은 파란색, ‘적군’은 빨간색 딱지를 붙여가며 버지니아주 140명 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가운데 알아낸 정보로 쏠쏠한 덕을 본 것 가운데 하나는 의원들의 경력과 관련돼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 김 회장은 VMI(Virginia Military Institute) 출신이었고 의원들 중에서도 이 학교 출신이 제법 있었다. 그들에게 김 회장은 선후배의 인연을 강조해 접근했다.
주지사 후보들의 지지공문을 확보하다
현재 주상원 공화당 대표인 토미 노먼트는 15년 선배이고 상원의원으로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부지사로 당선된 랠프 노덤(민주)은 2년 선배였다. 그는 2년 전 데이브 마스덴 상원의원의 법안을 반대했던 사람이어서 김 회장은 그를 공략할 필요가 아주 컸고 결국 한국처럼 ‘인맥’이 미국사회에서도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됐다.
팀 휴고 하원의원, 데이비드 라마단 하원의원, 리차드 블랙 상원의원 등 친한파로 분류될 수 있는 의원들의 노력과 한인들의 캠페인, 리치몬드 이하 남부지역 한인회들의 로비로 휴고 의원의 법안은 마지막에 20여명으로 공동 상정자가 늘게 된다.
이야기는 앞으로 돌아간다. 법안 통과를 위한 지지 의원 확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 회장은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즉 주지사의 서명이었다. 관례적으로 큰 쟁점이 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주지사는 통과 법안에 서명하는 편이지만 동해병기법안은 전례가 없는 이슈여서 이것도 확실히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작년 4월 한인여성경제인협회가 정치인들을 초청하는 행사에 참석하게 된 김 회장은 맥컬리프 당시 주지사 후보를 만나게 됐다. 기회를 놓칠세라 동해병기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얼마 후 “주지사에 당선되면 법안에 서명할 의사가 있다”는 이메일이 그의 선거 캠프로부터 도착했다. 그 때 당시 켄 쿠치넬리 법무장관도 구두로는 서명을 약속한 상태었었다.
쿠치넬리 측으로부터도 확인 가능한 약속을 받아야놔야겠다는 생각에 맥컬리프의 이메일을 쿠치넬리에게 포워딩했다. “상대방은 이렇게 적극 나오고 있으니 당신도 문서로 동해병기 서명 지지를 기록으로 남겨달라”는 뜻이었다. 워낙 정략과 이해득실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들이라 미덥지 않았던 탓이 컸다. 이게 통했다. 쿠치넬 리가 종이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서명은 없었다.
이번엔 쿠치넬리의 공문을 맥컬리프에게 보내며 “당신도 공문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반응이더니 “우리도 보내겠다”는 답이 왔다. 쿠치넬리와 달리 맥컬리프의 서명이 있는 공문이었다.
이제는 모두에게 다 알려지게 된 사실이지만 이 공문은 침몰할 뻔 했던 동해병기법안을 살려주는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의 강력한 로비에 밀려 손바닥 뒤집듯 지지 철회를 선언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 몇 번씩이나 있었으나 이 공문이 바로 맥컬리프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무기(lethal weapon)가 됐다.
주지사 서명 사실이 알려진 후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김 회장이 맥컬리프의 공문을 들고 나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물론 종이 한 장 때문이 아니라 많은 정치적 계산을 한 후에 주지사가 서명으로 돌아선 것이겠지만 힘없는 민초들의 입장에서 그 공문은 명분과 희망을 잃지 않고 캠페인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생명선 역할을 한 셈이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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